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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글을 접하게 된 것은 작가님에게 죄송스럽게도 p2p 당나귀에서 다운 받아서 봤습니다.
물론 4권 완결까지 있는게 아니라 2권 초중반 정도 밖에 없는 내용이었지만
그 글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그 뒤로 근처 책방을 뒤진끝에 결국 발견해서
다 읽게 되었습니다.
무협의 고전적인 다소 식상하다시피한 복수라는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연혼벽에서의 극 전개는 온몸에 전율을 느낄정도로 처절함과 감동이 교차했습니다.
감정 묘사가 잘 되어있어서 상당히 몰입도가 뛰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중에 따로 2, 3, 4권을 책방에서 빌려봤는데 초반에 연혼벽을 읽고 품었던
기대가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상황전개가 너무 빨리 이어진 것 같고
마지막도 급하게 마무리되었다는 인상을 크게 받았습니다.
그런 아쉬움을 뒤로 한채 몇달을 지내다가 심심해서 책방을 기웃거렸으나 볼만한 책이 없어서
연혼벽을 다시 빌려봤습니다. 그 때가 작가이신 백연님이 이원연공으로 한참 뜨실 때였을 겁니다.
다시금 1~2권의 감동을 느끼며 4권의 종착역에 다다랐을 때에는 처음에 읽었을 때처럼
마무리에 대한 실망감이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것도 썩 괜찮은 완결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다소 빠른 전개가 마음에 걸렸으나
주인공의 심리적 상황과 극 전개가 얼추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부모의 원수, 형의 원수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연혼팔법이라는 무공을 배웠으나 사부인
무마숙의 반대에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다 차츰 커져가는 복수심에 사부의 뜻을 거역하고
결국 복수의 길에 올랐으니 얼마나 다급했을까하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길을 나서자마자 정보를 수집해 원수를 찾아서 쉬지도 않고 처절한
복수의 칼을 든 양이..원수가 있는데 쉴틈이 어디있는가 다 죽이고 봐야겠죠.
보통 복수를 소재로한 무협소설의 경우 ...주요 인물만 복수의 희생양으로 삼는 대신에
이 연혼벽에서는 씨종자까지 싸그리 몰살시키는 이면을 보여줬습니다. 자고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 부분에서는 속이 시원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웬지 인간답지 않은 관대함으로 자비를 베푸는
주인공을 봐오다가 이렇게 인간답게 복수를 행하는 양이의 행보에서 거창하게도 작가의 신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읽는 이의 가슴을 파고 들어 부모에 대한 사랑, 자책감, 복수심을 전달하는 작가의 글솜씨에
어느새 무자비한 양이에게 동조하게 되었고 이 글에 매료된 것입니다.
복수심이 절정해 달했을 때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일 선물로 준 망치를 검으로 만들었던 부분 그리고
나중에 복수를 마치고 온몸이 망신창이가 되어 부모님 묘 앞에서 검을 다시 망치로 만들었던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